【김정록 세계태권도연구소(WTRI) 소장 칼럼】
태권도 발전을 위한 개혁 그 무엇인가? (제2회)
<사진=김정록 세계태권도연구소(WTRI) 소장>
5. 태권도 연수원
국기원 내에는 태권도지도자연수원을 비롯하여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 국기원 사무국이 있다. 비좁은 국기원에서 모든 교육과 태권도에 관련된 업무를 총괄(總括)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된 것만도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숨은 공로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하루가 새롭게 발전해 가고 있다. 이런 현시점(現時點)에서는 태권도지도자연수원의 독립(獨立)이나 혹은 기구의 확대가 필요하다.
국기원에 있는 연수원을 그 규모에 걸맞게 태권도 지도자 교육은 물론 심판교육, 보수교육, 각종 연수와 세미나를 열 수 있도록 신축 또는 독립해야 한다.
연수원의 신축이나 독립은 국기원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오히려 서울 근교나 외곽 지역에 최신 기자재(機資材)를 갖추어 시청각(視聽覺) 교육을 할 수 있는 강의실, 세계 각국의 태권도 지도자나 연수생들을 위해 한국어(韓國語)와 국제 공용어(公用語)인 영어가 동시통역(同時通譯)될 수 있는 시스템, 라커룸, 샤워장, 기숙사, 다목적(多目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육관 등이 있는 연수원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연수원이 언제 어느 방법으로 신축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연수원 신축 건립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다음은 연수원의 역할(役割)에 있어 교육과 각종 연수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현재까지는 일반 태권도 지도자 교육, 경기지도자 2급 과정 연수, 3급 생활(사회)체육 지도자 연수 등 3가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筆者)는 태권도에 관한 모든 교육과 연수는 태권도 연수원에서 주관하고 제도화(制度化)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반 태권도 지도자 교육, 2급 경기지도자 교육, 3급 생활 체육지도자 교육은 물론 국내 심판교육, 국제심판 교육, 각종 교육과 연수를 태권도 연수원에서 체계적(體系的)이고 합리적(合理的)으로 실시함으로써 태권도 교육의 질을 향상(向上)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해외 태권도 지도자들의 교육과 연수도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태권도 연수원에서 꼭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수원의 조건과 규모는 확대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따르겠지만 태권도 종주국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태권도 종주국의 면모는 차츰차츰 사라지게 될 것이다.
6. 태권도 지도자 양성의 개선
태권도 지도자(指導者)가 되는 과정은 지도자의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여 지도자가 되는 것이며, 둘째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4단 이상이 되면 국기원에서 실시하는 지도자 교육을 10일간 이수한 뒤 소정의 시험에 합격하면 ⌈태권도 시범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함과 동시에 태권도 사범이 된다.
그러나 일선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사람 중에 무자격(無資格)인 2단, 3단의 유단자(有段者)들이 사범(師範)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태권도 수련생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굳이 이러한 문제점(問題點)을 지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태권도 지도자들의 질을 향상하고 체계적이고 단계적(段階的)으로 교육해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지도자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 태권도 사범 지도자도 양성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기원에서 받은 사범 자격증을 갖고 해외로 나갈 때는 소정의 수수료(手數料)만 내면 국제 사범 자격증을 내주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연수원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지면 국내 태권도 지도자는 물론 해외 태권도 지도자들도 한국의 태권도 연수원에서 국제태권도사범지도자(國際跆拳道師範指導者)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국제 사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인정받고 통용(通用)될 수 있도록 제도화(制度化)가 되어야겠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사범이 해외(海外)로 나가서 제3국에서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니 웃지 못할 일이다.
필자는 지도자 양성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조교(助敎), 교사(敎師), 사범(師範) 순이라고 할 때 조교(助敎)는 2단 이상자로서 ◯일간의 교육을 수료(修了)하고 소정의 조교 자격시험(資格試驗)에 합격한 사람에게 조교 자격증을, 교사(敎師)는 3단 이상자로 조교의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일간 교육을 수료하고 소정의 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교사 자격증을, 사범(師範)은 조교와 교사 과정을 거친 4단 이상자로 ◯일간의 교육과 자격시험(資格試驗)에 합격한 사람에게 태권도 사범의 자격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범도 그 실력(實力)에 맞게 등급제로 시행하면 한다. 물론 이것은 단지 예일 뿐이며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具體的)이고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하겠다.
또한, 이러한 제도는 전 세계가 공통적(共通的)으로 실시되어야 하며, 반드시 한국의 태권도 연수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7. 태권도 품새의 다양화와 기술 개발
태권도의 현재 품새 종류를 살펴보면 유급자 과정인 태극1장에서 태극8장까지의 8개 품새와 유(품)단자 품새인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지태, 천권, 한수, 일여 이렇게 9개 품새, 그리고 태극 품새가 새로이 제정되기 이전의 팔괘1장에서 팔괘8장까지 8개 품새로서 총25개 품새뿐이다. 그러나 현재는 팔괘 품새가 승급 및 승ㆍ품ㆍ단 심사에서 제외된 관계로 17개 품새만 수련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품새의 다양화(多樣化)와 기술개발(技術開發)에 대하여 역설해 왔다. 그러면 그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독자(讀者)들이나 태권도인에게 제시한다.
첫째, 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든지 성별의 구분 없이 각 품새를 똑같이 수련하는 문제점(問題點)이다. 아동, 중ㆍ고생, 대학생 및 일반 성인과 또 신체가 약한 사람이나 강한 사람이 할 경우 모든 품새의 수련이 똑같아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각 신체와 성별에 맞춰 품새를 수련할 방법과 알맞은 품새 수련 시간이 연구돼야 한다.
둘째, 품새의 다양성(多樣性)이다. 품새의 구성도 신체발달(身體發達)에 알맞게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알맞게, 또 각 청소년, 성인, 남자, 여자에게 알맞게 품새가 구성되어야 하며 다양해야 한다. 현재 수련하고 있는 품새는 누구나 똑같고 남자든 여자든 어린이든 모두 똑 같이 수련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품새를 많이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새 품새를 새로이 제정(制定)할 때는 초보자(初步者)에서 상급자(上級者)에 이르기까지 위로 올라갈수록 태권도 기술의 난이도(難易度)가 잘 구성되도록 연구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현 품새를 살펴보면 그 구성과 난이도 면에서 유급자 품새인 태극 품새가 유(품)단자보다 난도가 높고 구성이 복잡한 것도 있다. 좀 더 과학적(科學的)이고 합리적으로 품새를 제정하여 보급(普及)해야 한다.
그리고 품새의 구분과 종류에서도 강한 기술과 빠른 속도가 있어야 하는 강성(剛性/强性)의 품새와 부드러우면서도 느린 동작으로 구성된 유성(柔性)의 품새를 급(級)과 단(段)에 맞게 난이도를 잘 구성하여 다양(多樣)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현재 각 품(品)과 단별(段別)로 한 개씩인 품새를 각 품, 단위의 수련 연한(승단 연한)에 따라 더 많은 품새를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한 품새를 1년, 2년…오랫동안 수련을 하면 기술 습득과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기술 발전에는 다양한 품새를 수련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넷째, 태권도의 기술 개발이다. 태권도의 기본동작(基本動作)인 막기, 치기, 찌르기, 지르기, 차기 등의 기술과 품새의 구성은 99.9%가 강성(剛性/强性)의 기술이며 대부분이 직선적인 기술이다. 그 때문에 공격(攻擊)과 방어(防禦)의 조화(調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꾸준히 연구하고, 또한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품새도 전면적(全面的)으로 재검토(再檢討)하고 연구하여 새로이 제정, 보급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태권도에 관한 기술과 품새에 먼저 손을 대보자. 그리고 연구진을 구성하여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직선적(直線的)인 강한 기술은 무엇이며 원적인 유(柔)한 기술은 무엇인지, 또 품새의 구성(構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보자.
8. 태권도 경기는 겨루기 경기, 품새 경기, 시범(격파) 경기로
현재 태권도의 경기(競技)는 겨루기(시합겨루기)로만 경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태권도 분야 중 겨루기 경기는 명실공히 세계적(世界的)인 스포츠로 성장하여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10회, 두 번째 올림픽 시범종목(示範種目)으로 채택(採擇)되었다. 태권도 종주국의 태권도인들로서 긍지를 가지고 그 본래의 기술을 찾아 연구, 개발(開發)해야 한다.
태권도 경기는 크게 겨루기 경기, 품새 경기, 시범(격파) 경기의 3가지로 구분하여 실시할 수 있는데 오로지 겨루기 경기(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기를 말함)만을 시행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해외(海外)에서는 품새 경기, 시범(격파) 경기도 개최하여 많은 태권도 수련생의 참여와 발전을 꾀하여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즐기는 경기, 즉, 스포츠로 발전시키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얼마나 큰 노력을 해왔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태권도가 어느 체육종목(體育種目)보다 우수하더라도 관중이 외면하면 스포츠로 발전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무수한 시행착오(試行錯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실시하면서 단계적(段階的)으로 그 체계를 잡아가면 될 것이다. 태권도 경기가 겨루기 경기(현재 경기 방법), 품새 경기, 시범(격파) 경기로써 이루어진다 해도 태권도 그 본래(本來)의 순수성(純粹性)을 찾을 수 있고 오히려 태권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면 겨루기 경기(현 경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에서 설명했으므로 생략(省略)하고 품새 경기, 시범(격파) 경기에 대해서만 간략히 생각해 보자.
첫째, 품새 경기의 실시방향(實施方向)은 지정종목, 선택종목, 창작종목의 3가지로 구분하여 실시해야 한다.
지정종목(指定種目)은 경기 출전자 전원이 협회 또는 연맹이 제정한 품새를 실시하도록 하고 선택종목(選擇種目)으로 지정 종목과 같이 협회 또는 연맹이 제정한 품새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태권도 품새 경기를 통하여 통일되게 제정된 품새를 올바르게 보급하기 위함이다.
창작종목(創作種目)은 품새를 연구, 발전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며, 본능적(本能的) 동작(動作), 자연의 섭리, 역학적(力學的) 원리, 그리고 태권도 모든 기본 동작과 기법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안무(按舞)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하여 우수한 창작 품새는 기술심의를 거쳐 널리 보급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시범(격파) 경기는 높이차기, 넓이차기, 창작(묘기)의 3가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높이차기는 뛰어차기와 같은 방법(方法)으로 높이 차는 기술을 말한다. 이 때 높이차기는 측정 기구를 사용하여야 신장(身長)을 측정하고, 높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측정 기구를 갖춰 경기를 치르도록 한다.
넓이차기는 뛰어 옆차기와 같은 방법으로 높게 멀리 차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 경기도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측정 기구를 이용하여 넓이와 높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여 경기를 시행한다.
높이차기와 넓이차기도 격파(擊破)를 시행하지만 창작 격파는 점프(Jump)하여 목표물을 향해 상체와 하체를 빠른 동작으로 움직여 2방, 3방, 4방, 5방…격파를 하는 경기를 말한다.
격파경기(擊破競技)는 공격(攻擊)과 방어(防禦) 부위인 상체와 하체 부위를 사용하여 실시하며, 경기는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누고, 이는 또 국민학생부, 중학생부, 고등학생부, 대학 및 일반부로 구분하여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치르도록 한다. 이에 관한 경기 방법, 경기 규정, 채점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태권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구, 검토해야 할 것이다.
1992년 8월
남산 중턱의 세계태권도연구소(주한외국인체육관)에서
저자 김정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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